마치 군에 자진입대한 사람처럼 성실하게 일정에 따랐다. 자율적인 단련에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교관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가르침을 구하기도 하며 진지하게 임했다는 것이다. 단지 어떤 사명감이나 불안으로 불타기보다는, 개인으로서 능력을 단련할 기회가 제공됐는데 이 환경을 누리지 않으면 아깝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이거 다 무상이라며요? 그러면서도 체력 단련 종료 직후에는 아무렇게나 엎어져서 '힘들어 죽겠다~'하는 인간적인 군소리를 뱉는 면도 있었다.
몰래 투덜거리는 점은 주로 숲만 보이는 창밖 풍경이 지루하다는 이야기들이었다. 관념적 어머니와 다름없는 존재를 죽이라는 명령받은 이답게 가끔 불경한 얘기나 키득대기나 할 뿐, 마고를 싫어하거나 증오할 만큼 깊은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어 보였다. 그의 성정을 보면 규칙의 맹점을 이용해 일탈을 저지른 다음 수습할 거 같은 인물이지만 석 달 내내 이능력으로 몰래 나갔다 돌아온 적도, 딱히 외출 허가를 청한 적도 없는 모양이다. "글쎄, 징집 전까지 가고 싶은 대로 여행했더니 자유가 그립진 않네요." 어쨌든 비프로스트에는 처음 발디뎌보는 곳이니 이 장소 내에 충실했다. 훈련을 열심히 하는 만큼 휴식도 충분히, 식사는 늘 놓치지 않고 제때 했다. 모든 시설을 자주 들리고 만끽하는 만큼, 이능력 단련은 1층부터 5층까지 건물 전역을 활용했다. 이능력을 과사용한 직후에는 순간적으로 여기가 어디고 무엇을 하던 중이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증세를 보였는데, 현재를 파악하기까지 짧으면 몇 초에서 몇십분씩 걸리기도 했다. 주로 교관이 옆에서 파악을 도와주었으니, 페널티 수습도 개인 훈련에 포함이었다.
눈이 마주치면 구분 없이 살갑게 인사하고, 기꺼이 스몰토크도 나누는 등 유들유들한 태도로 지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저 자신은 산뜻한 예의를 지키고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아 보였다. 친근감과 무관심, 그것을 마주하는 사람에 따라 적절히 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