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하게 강제 연행 된 것치고는 꽤나 순순한 자세로 커리큘럼에 따랐다. 훈련 시작 초기에는 헉헉대며 벽을 짚고 겨우 서있는 꼴사나운 형상도 더러 보였으나 현재는 꽤나 준수한 테를 갖췄다. 훈련 및 단련 이외의 시간에는 대부분 사람과 어울렸다. 교류가 탐탁지 않아보이는 이들에게도 곧잘 다가갔었고, 또는 매우 즐거이 어울리는 이들에게도 다가갔었고. 뭐, 어느 쪽이든 무게가 있는 대화를 하진 않았다. 그저 그런 농담 따먹기나, 또는 트레이터가 되기 이전의 삶 같은 화제 거리나 나눴다. 거기서도 자신의 이야기는 별로 늘어놓지 않았고(그 마저도 거짓 반, 허풍 반을 섞어 말했다), 남의 이야기를 주로 들었던 걸 보자면 교류보다는… 제 지루함을 삭이는 데 목적이 있었던 듯 했다. 그러다가도 안되면 종종 휴식 및 자유시간 즈음,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 매점에서 가져온 술병 몇 개와 동전의 앞 뒷면으로 술 내기를 하자는 등의 소소한 도박 같은 유희도 창출했었다. 뭐, 지속적으로 지향할만한 행위는 아니라 금방 저지당했던 것 같지만.
그의 시간은 그렇게 대부분 소란스러웠으나 정말, 아주 가끔 고요했다. 넋을 놓고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는 듯한 모습이라 묘사함이 적절할 테다. 그렇다한들 말소리 하나만 건네져오면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냐는 등 시끄러운 입을 또다시 나불대기 시작했다. 어쩌면 ‘괜히 말 걸었나’하는 후회가 슬금슬금 올라올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