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하게 굴며 ‘이것 봐, 너희들 나 없으면 어떻게 할래?’라는 말을 아주 입에 달고 다닌다. 제게 불리할 땐 어디서 주워온 것인지 모를 말을 붙여가며 잘못으로부터 회피하는 꼴이 얍살맞기 짝이 없다. 그를 수식하는 ‘얌생이’, ‘쫌생이’ 등 좋지 못한 별명이 많지만 인간관계에서 꼴찌를 면하지 않는 걸 봐선 상대를 봐가며 덤빈 덕이 크다.
만만한 사람에겐 거만하게 굴지만 저보다 크고 힘센 사람에겐 입을 쉽게 놀리지 않는 전형적인 강약약강.
하지만 이런 그가 가장 유해지는 상대가 있으니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이다. 연상이든 연하든! 암만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어도 양보란 것을 좀체 하지 않는 인간이 제 것을 내어주기까지 하니… 이렇게 선택적으로 구는 데엔 무언가를 투영해서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아 의중을 파악하기 힘들다.
반면 제 힘이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하며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선 빠르게 내려 놓고 곧장 다른 일을 찾아내는 마음 쓰는 일과 상반되게 몸 쓰는 일에선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 붙인다. 명령이 어떻든 이유를 묻지 않고 불만 없이 지시한대로 척척 따르니 상명하복의 대명사. 사적인 것에선 제 진심이 터져나오곤 하지만 공적인 것에선 어이 없을 정도로 머리를 숙여 상대를 당황케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