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첫날에는 기상 점호 시작 직전까지 침대에 붙어 5분만 더…를 시전하다가 점수를 깎아먹었다. 그래도 다음날부터는 5분 전에, 2주일쯤 지나자 10분 전에 일어나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점호가 끝나면 종종 아침 식사를 거르고 더 누워있기를 선택했는데, 도로 잠들어서 오전 훈련에 한 번 지각한 뒤에는 구내식당에 꼬박꼬박 나타나게 되었다. 집에서는 보통 아침 안 먹으니까 그랬지. 하지만 영웅이 지각이라니, 말도 안 돼!
체력 단련 시간에는 도통 한 가지 기구만 쓰는 법이 없었다. 러닝 머신에서 달리다가도 빈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가 있으면 곧장 달려가서 몇 번 깔짝인 다음, 뜬금없이 벽에 붙어서 스쿼트를 하는 식이었다. 확실히 효율이 떨어져 보이는데 끝까지 체력 단련실에 남아 있기는 하니 성실하다고 해줘야 하는 건지….
그의 이능력은 월등한 실력자와 맞붙으면 오히려 자기 능력에 스스로 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었다. 따라서 이능력 훈련 시간에는 창의 형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훈련과 더불어 근접전 전투 훈련 위주로 진행했다. 트레이터들의 전반적인 능력치와 유사하게 세팅된 훈련용 더미 기계를 상대하면서 정확도를 높이려고 애썼다. 훈련 중 집중력이 바닥나면 봉 돌리기로 리프레시했다. 봉 돌리기가 제일 발전한 것 같은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점심과 저녁은 원래도 잘 챙겼는데 아침까지 먹게 된 이후로는 하루 세 끼를 거른 적이 없다. 식사 시간을 포함해 휴식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다녔다. 8할은 매일 바뀌는 실없는 소리였다. 특히 영웅의 길을 걷게 된 경위를 즐겁게 떠들었고, 상대가 귀담아듣지 않거나 같은 걸 또 물어도 뭐라 하는 법이 없었다. 어차피 그도 남들이 하는 얘기 대부분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누가 누굴 타박하겠는가. 기억에 남은 건 모두의 이름과 대강의 이미지뿐이고, 나머지는 언급되면 기억날락 말락하는 정도다. 와중에 각자 무슨 이능력을 쓰는지 만큼은 철저하게 외워놨다. 협업도 잘 해야 멋진 영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