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챙기는 꼴을 본 적이 없다. 밥을 왜 먹어야 해? 적당히 작은 포스트잇 한 장이면 필요한 만큼의 열량과 포만감을 모두 섭취할 수 있는데? ⋯라는, 극한의 효율을 겸비한 이유에서였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극한의 다이어터일 뿐이다. (그는 원래도 입이 짧은 편이었는데, 먹는 행위를 기꺼이 생략할 수 있도록 만든 이능이 그의 버릇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그의 겸상은 이제 철저한 ‘배려’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있는 듯 없는 듯 투명하게 지냈다. 워낙 내향적이기도 하고, 그냥, 활동이 많으면 피곤하니까. 이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정각에 일어나 점호를 맞이하고, 공식적인 일정에 의해 소집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개 그의 개인실에서 학업에 관한 공부를 했다. ‘마고 숲’이 보이지 않도록 꽁꽁 닫아놓은 창문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그를 열어 환기하기보다 밖으로 나가 산보를 하였다. 식사를 제외하면 대체로 모든 일정에서 성실한 수행도를 보였는데, 체력 단련에 관한 훈련에서는 더욱이 그랬다. 어쩌면 당신은 그가 40도에 달하는 고열을 앓는 와중에도 (해열제로 업사이클 된) 옷가지를 씹어가며 훈련에 참가했던 지난날을 직접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대내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대화를 시도하면 얼마큼은 어울려 주었고, 도움을 요청하거든 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 않는 한 흔쾌히 도왔다. 하등의 관심이 없는 듯하였으면서도 당신의 이름을 알고 대략적인 나이를 안다. 도태를 선택하는 일은 앞으로를 살아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약. “누구?”거나, “히키코모리?”거나, “아, 그 악바리?”거나.